한국에서 조약의 국내적 지위
한국에서 조약의 국내적 지위- 조약의 수용
조약의 국내적 지위에 관한 한국 헌법의 입장은 제6조와 제60조에 의해 대표된다. 헌법 제6조는 헌법에 의해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또한 제60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나아가 부칙 제5조는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6조 1항은 조약의 국내적 지위에 관하여 국제주의를 표방하는 것으로 보이며, 모든 조약이 국내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태도이다. 통설과 판례는 제6조의 공포는 조약의 국내적 발효를 위한 요건이고, 제60조의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는 대통령의 조약체결과 비준 권한에 대한 국회의 정치적 통제행위로 본다. 따라서 공포와 국회의 동의는 한국 국내법 질서에 도입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수용의 의미가 조약이 국내법질서에 도입됨에 있어 국가의 도입행위 없이 그 자체로서 국내법 질서에 들어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은 조약을 수용하는 일원론 국가이다. 한국 헌법은 대통령이 체결하는 일체의 국제협정에 대하여 조약이라는 술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식조약, 행정협정은 물론 모조약의 실시를 위해 외무부 장관의 전결로 체결하고 이를 관보에 고시하는 고시류 조약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조약은 수용된다고 볼 수 있다.
조약의 한국 국내법상의 위계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국내법은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으로 구성되는 법 체계이기 때문에 제6조 제1항은 조약의 국내적 위계가 무엇인가에 관하여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이와 관련, 통설과 판례는 조약의 한국 국내법상의 위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조약에 대한 헌법의 우위를 분명하게 확립하고 있다. 즉, 사립학교법 제55조 제58조 제1항 4호에 관한 위헌심판 사건에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국제법규의 국내법적 효력을 심사한 것을 시작으로 조약의 위헌성 심사에 관한 다수의 결정례를 확립하고 있다. 특히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2항 위헌제청 사건에서는 헌법 제6조 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으로서 조약이나 국제법규가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니다로 판시하였다.
한편,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아 체결되고 비준된 조약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국회의 동의권 행사 대상 조약으로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조약과 법률의 관계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과 신법우선의 원칙에 의해 규율된다. 또한 이 유형의 조약과 충돌하는 명령, 규칙, 조례는 무효이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 체결된 조약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조약이 있다. 이 유형의 조약에 대해서는 헌법학계를 중심으로 명령과 동일시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헌법재한소의 결정례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2항 등 위헌소원 사건'이 있다.
한국에서 WTO조약의 지위
한국법원에 WTO조약에 근거해서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이 제소의 근거로서 WTO협정을 원용하기 위해서는 제소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직접효력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조약규정의 직접 효력 인정 여부는 국내법원의 국제법 해석 권한에 속하는 것이다. 상호 호혜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는 WTO협정의 특성에서 볼 때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태도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에서 WTO조약의 지위를 살펴보자. 미국법원은 우호통상항해조약상의 국유화조항에 대하여 직접효력을 인정하는 등 통상 관련 조약의 직접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1996년 UR협정 이행법률은 비 자기 집행적 규정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 이외에는 누구도 WTO협정을 국내법원에 원용할 수 없으며, 연방정부와 국가기관의 작위 또는 부작위애 대해 WTO협정에 위반되는 이유로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하면서 WTO협정의 직접 효력을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사법재판소는 사인이 회원국 국내법원에서 WTO 법을 원용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2005년 van Parys 사건에서는 사인은 WTO협정뿐만 아니라 DSB의 결정도 국내법원에서 원용할 수 없다는 선결적 의견을 제공하였다. 유럽사법재판소가 WTO협정의 직접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1) DSU 제22조에 따라 DSB의 권고가 합리적 이행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않는 경우, 보상에 의한 구제의 기회가 있는데도 직접효력이 인정되어 회원국 국내법원에서 WTO협정에 일치하지 않는 국내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 되면 보상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는 DSU상의 EU의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 2) EU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다른 WTO회원국 법원에서 WTO협정의 직접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데 EU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상호호혜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는 WTO협정이 일관 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WTO조약은 어떠한 지위를 가지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1998년 11월 26일 결정에서 마라케시협정도 적법하게 체결되어 공포된 조약이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따라서 국내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가중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WTO협정 규정이 개인에게 직접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서 전도된 수직적 직접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에 대해서는 상호호혜의 원칙에 기초한 WTO협정에 대해 한국의 주요 무역상대국들이 직접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편, 대법원은 2009년 1월 30일 반덤핑관세부과 취소 사건에서 직접효력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면서 WTO협정의 직접효력을 명확하게 부인하였다. 대법원은 1994년 관세 및 무역협정 제6조의 이행협정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국제협정으로 그 내용 및 성질에 비추어 이와 관련한 분쟁은 WTO분쟁해결기구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사인에 대하여는 위 협정의 직접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볼 때, WTO협정의 다른 규정들도 일반적으로 타당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법원은 WTO협정의 직접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 입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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