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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협정과 비통상 조약과의 규범 충돌

일하는 엄마의 일하는 블로그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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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협정과 비통상 조약과의 규범 충돌
WTO 협정과 비통상 조약과의 규범 충돌

규범 충돌의 정의

국제법상 조약 간 충돌에 대한 확립된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약은 국제규범의 일부이기 때문에 조약 간 충돌의 문제는 규범 충돌의 개념을 그대로 준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한 전통적 입장에 따르면, 한 규범을 준수하는 행위가 필연적으로 다른 규범의 위반을 가져오는 경우, 규범 충돌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은 1) 두 개 조약 간 인적 적용범위에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2) 문제의 조약들이 동일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3) 의무대 의무에서 두 개의 의무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야 한다. GATT 시절 Guatemal Cement case, WTO Indonesia- Autos case 등에서 전통적 규범 충돌의 개념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충돌의 상황을 제한적인 것으로만 한정하는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WTO협정과 Non-WTO 조약(예: 환경, 해양, 인권분야의 조약)과의 관계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인적 적용범위에 공통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전통적 견해는 '동일문제'를 해당조약의 '목적'이 동일한 경우로 해석하기 때문에 '무역의 자유화'에 목적을 두는 MTA와 '환경의 보호' 또는 '인권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MEA와 기타 인권조약은 동일문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충돌이 발생 가능한 상황이 '의무 대 의무'로 한정됨으로써 Non-WTO와 WTO 간 '허용규범 대 의무'의 경우는 전통적인 충돌의 개념에서 배제되었다. 또한 Non WTO상 의 규범들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전통적 의미의 충돌에 해당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통적 견해에 의할 때, WTO협정과 Non WTO조약과의 관계는 충돌에 해당되지 않아 규범충돌의 일반 해결 법리인 신법 우선의 원칙이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가 없다. 따라서 각 조약의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못하고, 국제법의 실효성을 저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규범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

이에 전통적 충돌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ILC는 국제법 파편화에 대한 보고서에서 국제법은 '하나의 법 체계'라는 전제하에 국제법을 통상법, 환경법, 인권법 등 여러 분파로 나누는 것은 단지 비공식적인 호칭에 불과한 것으로, 그 자체로 법적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동일문제'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우회하고 있다. 또한 '충돌'의 문제와 관련하여 전통적 입장의 충돌개념뿐만 아니라 한 조약이 타조약의 목표를 좌절시키는 경우도 충돌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이는 규범의 목적이 허용 또는 금지와는 무관히 단지 행위의 규제에 있다는 전제 하에, 다수의 규범이 동일한 행위를 다르게 규제하는 모든 경우가 규범충돌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EC-Bananas case에서 WTO 패널에 의해 채택되기도 하였다. 

WTO협정과 충돌 가능한 국제조약

조약의 충돌에 대한 연구에서 많이 거론되는 예는 WTO 협정과  환경분야의 국제조약과의 관계이다. 다자간 환경협정 MEA이 협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입 또는 수출상품에 대한 무역 관련조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 논의는 '포괄적 충돌 개념'을 전제한 것이다.

 

WTIO 협정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다자간 환경협정의 경우를 나누어 보면, MEA가 1) WTO협정이 금지한 행위를 허용하는 경우, 2) 이러한 금지규정에 양립 불가능한 특정 행위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3) WTO협정 금지규정과 양립불가능한 의무 이행을 요구하나 당사국에게 행위 선택의 재량을 부여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조약 체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역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비통상조약들은 WTO협정의 비차별원칙, 수얄제한철폐금지원칙, 사적 재산권 보호 규정 등과 충돌할 수 있다. GATT1994 제 XX조의 (b), (g)와 같은 WTO협정상의 예외조항을 통해, 이 같은 충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WTO협정의 적용, 해석과 관련된 것으로 WTO 패널과 상소기구에 그 판단의 권한이 있다. (DSU  제1.1조, 제3.2조) 따라서 WTO분쟁해결절차가 WTO와  Non WTO의 충돌 문제를 실제 어떻게 다루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Non WTO 조약의 적용가능성과 해결의 모색

WTO회원국 간 Non WTO조약 규정과 WTO협정의 규정을 이유로 한 분쟁이 WTO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되는 경우, WTO 패널 및 상소기관은 Non WTO조약과 WTO 협정과의 충돌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Non WTO조약이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적용 가능한 법규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즉, WTO가 SCR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로 각각의 견해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1) Non WTO조약을 적용법규범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과 2) 적용법규범으로 인정하는 경우로 나누어서 살펴본다. 

 

1. Non WTO조약을 DSB의 적용법 규범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

 WTO DSB의 물적관할은 WTO협정에 관한 분쟁으로 한정된다. 이는 GATT 1994제 23조, DSU 제1.1조, 4조, 7조 등 다수 조항에서 발견된다. 즉 WTO대상 협정만이 물적관할이라는 점은  WTO 적용법규범도 WTO 대상협정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Non WTO 조약은 재판소의 판단에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를 전제로 할 때, Non WTO 조약 규정과 WTO 협정 규정을 이유로 제기된 WTO 회원국 간의 분쟁은 WTO협정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이는 곧 해당조치가 GATT의 일반 예외규정인 GATT 제20조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여기서 문제의 조치가 상품무역을 대상으로 한 GATT 규정 위반에 대한 정당화라면, GATT 제20조가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그 밖의 다른 MTA위반에 해당된다면, GATT 제20조가 다른 MTA 위반에 대한 정당화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가 있다. 문언적 해석에 따를 때, '이 협정에 어떠한 규정들도', GATT 제20조의 목적적 해석에 따를 때, 동조는 회원국의 정당한 조치의 권리와 자유무역 간의 균형(balancing)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일결 동일한 목표를 두고 있는 TBT에도 무리 없이 적용도리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US -Cigarettes case의 항소심에서 TBT 제2.1조 해석 시 GATT 제20조를 적용하지 않고 TBT의 목적적 해석을 통해 '더 불리한 대우'를 해석했다는 점에서 GATT 제20조와 TBT는 같은 조항이 아님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는 GATT 제20조가 GATT에 대해서만 적용됨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 Non WTO 조약을 DSB의 적용법규범으로 인정하는 입장

동 입장에 따르면 물적관할과 적용법 규범은 구별된다. ICJ나 ITLOS도 이를 구별하고 있으며, DSU에서 물적관할을 언급하되, 적용법규범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법규를 WTO로 한정하는 것은 '금지되는 않는 것은 허용된다'는 법리에 비추어볼 때,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Non WTO조약도 DSB의 적용법규범으로 인정된다. 

WTO협정 해석 시 비통상조약의 고려를 통한 해결

WTO DSB에서 Non WTO 조약은 법적용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일반국제법상 규범충돌의 해결원칙에 따라 양 조약의 충돌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DSU 제3.2조에 따라 Non WTO 조약이 '당사국 간의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의 관계규칙'(VCLT 제31조 3항(c))인 경우, WTO협정 해석 시 고려되어야 하므로, Non WTO조약이 WTO분쟁해결절차에서 WTO협정규정을 해석하는데 고려됨으로써 규범충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EC-Biotech Products case에서 패널 이 VCLT 제31조 3항(c)에 따라 생물다양성협약이나 카르테헤나 의정서와 같은 Non WTO 조약을 '고려'할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패널은 제31조 3항(c)의 적용범위를 WTO협정과의 관련성에 주목하지 않고, 단지 WTO 협정의 당사국 모두에게 적용가능한 국제법규라는 인적 범위에 한정함으로써 사실상 Non WTO협정이 고려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그 결과 국제법의 충돌 해결에 있어 VCLT 제31조 3항(c)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축소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태도과 과연 국제법질서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국제법의 파편화를 막는데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ILC가 국제법의 파편화에 관한 최종결론에서 국제법규범의 충돌로 인한 파편화의 해결방안으로 조약 간 조화로운 해석을 제안한 것과 같이, 오히려 조약의 해석자로서 WTO의 패널 및 상소기구는 조약의 실효성과 국가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국제법의 파편화를 막을 수 있도록 ' 조화로운 해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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