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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총회결의 - 법적효력과 실질적 연원으로서 규범적 가치

일하는 엄마의 일하는 블로그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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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총회결의 - 법적효력과 실질적 연원으로서 규범적 가치
UN총회결의 - 법적효력과 실질적 연원으로서 규범적 가치

UN총회결의의 의의

UN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 중에서 그중 일부는 국가들에 대해 일정한 규범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제3세계 진영 국가들과 이부 학자들은 UN총회 결의가 그 자체로 국제법의 형식적 연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수결주의에 기초한 연원을 실정 국제법질서에 도입하여 그들에게 참여기회가 없었던 전통국제법을 수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들의 견해가 맞다면, 개별국가만이 국제법을 형성하는 유일한 연원이라는 전통적 논리를 수정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견해는 아직 통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UN총회 결의의 법적효력

UN총회 결의 자체가 법적효력을 갖는가에 관해 먼저 UN헌장을 살펴보자. UN헌장 상에는 총회결정의 효력을 직접 규율하는 규정은 없다. UN헌장 해석상 내부 조직 또는 절차에 관한 총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그러나 회원국에 대한 결정(예: 결의, 선언) 등에 대해서는 '권고할 수 있다', '권고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 문언적 해석에 따를 때, 이것은 비구속적인 장려(non-binding exhortation)를 의미하며, 국제관행도 권고라는 표현을 이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UN헌장 교섭기록을 볼 때 당시 회의에서 UN 총회에게 국제법을 제정할 수 있는 입법권한을 부여하자는 필리핀의 제안이 명백하게 부결된 점을 고려할 때, UN총회의 결의는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오늘날 제3세계 국가들은 UN헌장의 테두리 밖에서 자신들의 주장(UN총회 결의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들을 모색 중에 있다. 이러한 견해의 주된 이론적 근거는 관습의 범위가 결의를 포섭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관습의 본질은 국가들의 규범적 의사로서 법적 확신이며, 법적 확신이 관습 형성에 있어 유일한 요건이다. 따라서 UN총회에서 법원칙선언결의가 만장일치 또는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되면, 이를 법적 확신의 부여로 간주하고 즉시 새로운 관습의 성립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Instant cumstom 이론)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래 2가지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첫째, 관습이 성립요건에 관해 instant custom이론 자체가 판례와 학설에의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둘째, 관습에 의존하여 연원성을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연원으로서의 독자적 지위를 포기하는 모순이라는 점이다. 

 

한편, UN총회결의가 조약처럼 엄격한 권리 의무를 창설하지는 않더라도 연성법(Soft law)으로 회원국의 행동의 지침이 되거나 약한 구속력을 창설한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또한 첫째, UN총회 결의의 내용과 개별적 상황을 검토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연성법으로 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 둘째, 연성법의 개념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그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UN총회 결의는 그 내용이 법 규칙 또는 법원칙을 창설하는 것이고, 회원국들의 총의(consensus), 만장일치(unanimity), 또는 압도적 찬성에 의해 채택된 것일지라도, UN 헌장상 그리고 이론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국제법 규칙을 창설하지 않는다. PCIJ규정, ICJ규정, UN ITLOS,  ICC규정 등 국제법원들 설립 내지 의무에 관한 조약규정에서 UN 총회 결의를 적용 법규의 목록에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부터도 이를 추론할 수 있다. 

UN총회 결의의 실질적 연원으로서의 규범적 가치

UN총회 결의 그 자체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더라도, UN총회는 실질적 연원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 첫째, UN총회 결의는 관습의 증거가 될 수 있다. 1986년 Nicaragua case에서 ICJ는 1970년 우호관계선언결의, 1974년 침략정의선언결의 등을 국가관행의 증거와 법적 확신의 증거로 인정하였다.  둘째, UN총회 결의는 조약의 체결 또는 관습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1966년 국제인권규약의 체결을 이끌었고, 1963년 우주활동법원칙선언은 1967년 우주조약의 체결을, 1967년 심해저 원칙선언은 1982년 해양법에 관한 UN협약의 체결에 기여하였다. 이들 결의는 조약 체결과정으로서의 연성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성법문서가 종종 다자조약의 체결을 선도하는 과정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특히 인권분야나 환경분야에서 UN총회의 결의는 다자조약의 체결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연성법으로서 UN총회 결의는 1960년 식민지 독립부여선언의 경우처럼 관습법 형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의 내의 원칙들이나 규칙들은 아직 법이 아니지만, 국제법 규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UN총회 결의는 조약의 해석기준이 되거나, 기존 관습의 선언을 명확화 하기도 한다. 1970년 국가가 우호관계 선언은 UN헌장 제1조와 제2조의 유권적 해석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UN총회의 결의가 조약 용어 또는 문언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 또는 확장을 위한 절차로 활용될 수 있고, 조약의 시행을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 규칙과 기술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연성법 문서와 조약의 상호작용은 조약의 구속력이 연성법문서에 전이되고, 그 결과 해당 주제의 국제적 규율이 강고해지는 상승적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연성법 문서의 규범적 효력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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