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의 취득과 영토 분쟁
영토의 취득
영토의 취득은 '영토주권'의 취득이며, 영토의 변경은 '영토주권'의 변경이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영토취득에 관한 법은 논리의 전제가 있다. 첫째, 기존 국가의 영토취득으로 기존국가가 일정한 사유에 의해 영토를 취득한 것만 규율하고 있다. 둘째, 영토취득사유를 정형화하고, 각 사유별로 정해진 요건을 정하고,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영토취득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한다. 상기 두 가지 전제는 국제법이 영토와 관련하여 매우 정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토문제는 국제평화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영토분쟁이 국제적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으로 유형과 요건을 정해 놓는 것이다.
영토 분쟁
영토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특히 섬의 경우, 1982년 UN해양법 협약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섬에 대한 영토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영토분쟁이 매우 심각한데,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간 분쟁은 실제로 군사 시위로까지 이어져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토분쟁은 그 영토에 대한 권원이 누구의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법적 분쟁이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적, 민족적, 인종적인 사유 즉 비법적 성격의 배경 하에 있기 때문에 비사법적 해결방안이 그 분쟁해결 방안으로서 유용성이 있을 수 있다. 비사법적인 해결방안의 유용성을 인정하더라도,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려 영토권원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판단하고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영토분쟁을 명확화 한다는 점에서 더 안정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는데 사법적 해결은 영토권원의 취득에 관한 국제법이 시대별로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비록 분쟁은 오래전에 발생했더라도 분쟁해결이 오늘 시점에 있다면 어느 시기의 법을 적용할 것인가가 바로 그 문제이다. 따라서 영토 분쟁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것은 1) 시제법과 2) 결정적 기일 3) 상대적 권원의 문제이다.
시제법
영토취득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시대에 걸쳐 변화되어 왔다. 이에, 영토권원의 유효성을 결정짓기 위해 어느 세기의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영토분쟁의 해결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국제법은 영토취득의 유효성은 그 획득 당시의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정태적 입장을 취하였고 이는 영토분쟁 해결의 일반원칙이다.
그러나 Palmas Island case에서 Max Hurber는 이 일반원칙을 확대하여 '권리의 창설(creation of right)'와 '권리의 존재(existence of right)'를 구분하고, 권리의 계속적 표현을 나타내는 후자의 경우에는 법의 발전에 의해 요구되는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시제법에 있어 동태적 접근을 취한 것인데, 이는 이미 확립된 영토권원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바, ICJ도 Max Hurber의 동태적 시제법을 택하면서도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고려해 그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한편, 1970년 우호관계선언도 국가는 무력위협 또는 사용에 의하여 타국의 영토를 취득할 수 없음을 천명하면서도 '상기의 그 어떤 규정도 헌장체제 이전의, 그리고 국제법상 유효한 국제협정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는 제한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시제법의 일반원칙이 심리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과거 무력사용이 합법이었던 시절, 정복으로 영토를 취득한 국가와 상실한 국가 간의 관계가 그러하다. 인도가 과거 포르투갈에 의해 정복당한 Goa를 침략, 병합하였을 때, 당시 침략이 불법행위국 대 국제공동체의 문제로 피해국의 승인에 의해서도 합법으로 전환되지 않고,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현대 국제법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UN 다수 회원국은 인도를 동정하는 편이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목도되는 순간이었다.
결정적 기일
결정적 기일(Critical date)이란, 결정적 시점 이후의 국가 행위에 대해서는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송절차 상의 제한이다. 영토분쟁에서 이러한 결정적 기일을 정하는 이유는 영토분쟁이 발생한 이후 분쟁국가들이 자국의 법적 지위를 유리하게 변경시킬 목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공권력을 사용한다면 분쟁이 불필요하게 격화되어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정태적 접근을 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결정적 기일이 언제를 의미하는지 합의된 바는 없다. 각 판례마다 상이한데, 결정적 시점은 사건의 특유한 관련 상황을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Island of Palmas case에서 미국, 스페인 간 분쟁이 발생한 1906년이 아닌, 미서 영토 할양 조약이 체결, 발효된 1989년이 결정적 시점으로 잡힌 바 있었다. Eastern Greenland case에서는 1931년 노르웨이가 선점을 선언하여 분쟁이 발생한 시점인 1931년을 결정적 기일로 하였고, Minquier and Ecrehos case에서는 실제적인 영토분쟁이 발생한 1866년을 결정적 시점으로 잡았다. 그러나 Argentine-Chile Frontier case는 결정적 시점을 아예 잡지 않은 적도 있었다.
결정적 시점 이후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1) 계속적으로 존재해 왔던 행위이고 2) 국가의 영유주권을 표시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결정적 시점 이후의 행위도 고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판례도 있다.( Minquier and Ecrehos case) 나아가 일자에 관계없이 모든 증거를 고려하는 판례 ( Argentine-Chile Frontier case)도 있다. 결국, 결정적 시점 이후의 행위를 아예 배제하는가의 판단은 재판소의 재량에 맡겨진 영역이다. 그러나 이는 재판 결과에 대한 승복문제를 야기하고, 극단적으로는 현재 분쟁영토에 실효적인 지배를 행하고 있는 국가에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무력충돌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토분쟁 해결의 최고의 원리인 영토관계의 안정을 중대하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 기일의 설정 목적 즉, 국제평화와 안전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먼저 재판소는 현재 실효적으로 점유하는 국가에게 영유권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분쟁 상대국이 이러한 추정을 깨기 위한 강한 반증을 제시하는 소송 기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상대적 권원
권원(title)이란 권리의 존재를 확증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와 그 권리의 실제적인 근원 양자를 포함하는 것이다.(ICJ, 1986 국경분쟁사건) 이때, 상대적 권원(relative title)이란, 영토분쟁의 각 당사자가 주장하는 영토권원 모두가 영유권의 근거로서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 재판소가 effectivites 즉 실효적 지배의 증거에 근거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가에게 영유권의 귀속을 인정하는 것이다. 20세기 초의 중재 재판이나 PCIJ에서의 재판 그리고 ICJ의 재판에서 각 당사자가 주장하는 권원이 영토에 대한 권원으로써 명확하지 못한 경우 effectivites에 따라 영토권원을 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건에는 Island of Palmas 중재사건, PCIJ의 Legal Status of Eastern Greenlad case, ICJ의 Minquier and Ecrehos case, Frontier Dispute case, Sovereignty over Pulau Ligitan and Pulau Sipadan case가 있다. 특히 1928년의 Palmas Island case에서 PCA는 스페인의 문제의 섬에 대한 '발견'은 그 같은 실효적 지배의 증거, 즉 영유의사가 표현된 국가행위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네덜란드의 평온하고 계속적인 주권행사에 우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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