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법 개인 통보 제도 -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개인통보제도의 의의
인권조약들이 채택하고 있는 통보절차에는 국가 간 통보절차(inter-state complaint machinery)와 개인통보절차가 있다. 국가 간 통보절차와는 상대적으로 개인통보절차는 한편으로는 인권조약 준수 감독제도로서, 다른 한편으론 국가에 의해 인권 침해를 당한 개인의 권리구제 절차로서 국제법상 가히 혁명적 제도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고 인권법 분야에서 중요성과 실효성이 인정되고 있다.
개인통보제도가 갖는 국제법적 의의는 주권과 인권의 병존을 전제로 하여 개별 국가의 구체적인 인권침해를 법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국가의 인권조약 준수를 유도하는 이행절차이다. 그러나 통보에 대한 심리 후에 채택하는 '견해' 또는 '제안 및 권고'는 관련 당사국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데 지나지 않는다. 즉 개인통보절차는 비사법적 구제에 불과하며, 그 결과 관련 당사국에 따라서는 통보에 따른 견해를 거절하면서 견해에 대한 불이행 관행을 형성하여 왔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7대 인권조약 중 개인통보제도를 구비하고 있는 것에는 국제인권(B) 규약, 인종차별철폐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고문방지협약, 이주노동자협약의 5개이며, 국제인권 A규약과 아동권리협약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개인 통보절차 -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중심으로
개인통보제도는 국제인권 B규약 내의 준수감독제도가 아니다. 동 규약과 별개의 조약으로서 동 규약의 실천을 보완하기 위해 체결된 제1 선택의정서하의 제도이다. 따라서 국제인권 B규약의 당사자일지라도 제1선택의정서를 별도로 수락하여야 하며, 수락하지 않은 B규약 당사자를 상대로는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1990년 B규약과 제1선택의정서에 가입한 후, 손종규사건, 김근태사건 등에서 규약 위반이 인정되었으며, 규약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외국인에 의한 통보사건으로 아지즈 사건이 있다.
1. 원고적격
인권위원회에 통고할 수 있는 자는 제1선택의정서 당사자의 관할권 하에 있는 'B규약에 규정된 권리를 침해받아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개인'이다.(제1 선택의정서 제1조) 개인은 자연인을 의미하며, 회사, 정당, 단체 등 법인으로부터의 통고는 접수될 수 없다. 권리 침해의 피해자인 개인은 '침해 당시'에 제1 선택의정서를 수락한 국가의 관할권 하에 있어야 한다. 여기서 '관할권 하'라는 것은 '침해국과 개인 간의 관련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침해가 발생한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영토 밖에서도 침해국과의 관련성이 존재하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 이러한 해석이 인권위원회의 일관된 태도이다. 선택의정서 제1조는 개인의 국적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인권위원회는 제1 선택의정서 당사자의 관할권 하에 있는 자라면 '외국인'과 '난민'은 물론이고 그 국민으로부터도 통고도 접수할 수 있다.
2. 물적 관할
개인통보제도는 B규약상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인권위원회의 통보 심리 권한은 B규약상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로 한정된다. (제1 선택의정서 제1조) 따라서 인종차별에 근거한 종과세, 재산권, 비호권 등에 관한 침해는 B규약상 권리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관한 통보는 심리 적격 심사 단계에서 각하된다. 한편, B규약 제1부 제1조 민족자결권은 '개인'의 '개별적'인권이 아니라 '인민들'의 '집단적'인권이기 때문에 개인 통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Ominayak case) 또한 B규약 제2부(제2조 내지 제5조) 또한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당사국의 일반적 의무'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위반의 경우에도 그 자체만으로는 개인 통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제3부의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제2부의 내용이 함께 검토될 수는 있다.
3. 시간적 관할권
제1선택의정서 제1조에 따라 '이 의정서 당사국이 된 규약 당사국'이라는 문언상, 이 의정서의 당사국이 된 일자 이후, 즉 비준서 기탁 3개월 후에 발생한 권리 침해에 대해서만 개인 통보를 제기할 수 있다. 권리 침해가 선택의정서 발효일 이전에 발생하였으나 권리 침해의 확정이 발효일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통보가 접수된다. 박태훈 사건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판결은 한국에 대한 발효일 이전에 이루어졌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은 발효일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인권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권리 침해가 확정되었다고 판단하여 통보를 접수하였다. 또한 권리침해가 발효일 이전에 발생하였으나, 발효일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우, 통보를 접수한다.
4. 심리적격
당사자는 우선 권리 침해국의 국내적 구제절차를 모두 밟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만 인권위원회에 대하여 통보할 수 있다. 인권위원회는 심리적격 문제를 경정하는 시점까지만 국내구제절차를 완료하면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국내구제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인권위원회는 통보를 심리할 수 없다. (제1선택의정서 제5조 제2항(b)) 국내국제완료여부는 인권위원회의 직권 심리 사항이다. 국내구제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당사국의 이의 제기가 없어도 인권위원회는 우선 국내구제완료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한편, 국내구제절차가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이 원칙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1선택의정서 제5조 2항(b)) 불합리한 지연이란, 그 지연 기간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당사국이 권리구제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단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지연이 '불합리' 하여야 한다.
한편, 동일한 문제가 다른 국제적 절차에 의해 '심리 또는 심사 중'인 경우에는 인권위원회는 그 통보를 심리할 수 없다.(제1 선택의정서 제5조 (a)) 다른 국제적 절차란 미주인권협약상의 인권위원회에 의한 심리 또는 피해자의 국적국의 외교적 보호 행사에 따른 국제절차 등을 말한다. 그러나 다른 국제적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는 '심리 중'이 아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에 의한 심리가 가능한 것이 원칙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현재 심리 중인 동일 문제에 대한 청구뿐만 아니라 이미 심리된 동일 문제에 대한 청구까지도 인권위원회의 심리를 배제하는 유보를 제5조 제2항(a)에 부가하고 있다.
나아가 당사국에 의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어 통보자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경우일지라도 '익명의 통보'는 수락되지 아니한다.(제1 선택의정서 제3조) 인권위원회는 통보제출권의 '남용'이라고 여겨지는 통보를 허용할 수 없다.(제3조) 남용의 판단은 인권위원회의 재량상항이다.
5. 심리절차
통보는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하며, 현재는 UN인권고등판무관실 사무국에게 송부되어야 한다. 국내구제가 완료된 이후에는 통보서 제출에는 어떤 시간적 제한이 없다. 통보가 접수되면 상기한 심리적격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진다. 심리 적격성이 인정되면, 비공개로 본안 심리가 이루어진다. 본안 심리는 사실의 인정, 규약위반의 판단, 최종 견해의 제시라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본안심리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본안심리로 들어가게 되면, 이 사실을 당사국과 개인 통보자에게 통보한다. 당사국은 사건에 관한 자신의 견해와 입증자료, 이미 구제조치가 취해졌다면 이를 설명하는 자료를 6개월 내에 인권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인권위원회에서 모든 절차는 서면심리에 의하며 구두심리는 배제된다. 다만, 양당사자 모두가 동의하면 구두심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구두심리를 배제하는 이유는 업무부담의 가중과 심리의 지연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개인의 경우 비용 부담 때문에 구두 심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국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는 최종견해를 내리기 전에라도 긴급한 사정이 있고, 또한 사후에는 회복이 곤란한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절차규칙 제86조) 다만, 잠정조치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인권위원회의 위원이 해당 사건에 대하여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거나, 통보사건에 관한 과거의 결정에 어떤 자격으로든지 참여한 사실이 있다면 그는 심리에 참여할 수 없다.
6. 견해의 효력
사건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결론은 '견해(views)'라는 명칭으로 당사국과 통보자에게 전달된다. 견해는 비록 개별의견의 일치 또는 반대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총의로 제시된다. 만약 규약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온 경우, '위원회는 당사국으로부터 90일 내에 위원회의 견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 내용을 통보받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인권위원회의 최종견해는 그 자체로서는 당사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그러나 당사국은 선택의정서의 가입을 통해 개인통보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심리 권한을 인정하였고, 규약상의 권리침해에 대해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으므로(B규약 제2조 제3항), 최종견해는 당사국에 대해 간접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인권위원회는 1994년에 사형판결과 관련한 2건의 사건에서 '선택의정서에 따라 특정사건에서 B규약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위원회의 견해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사국의 의무'라고 선언한 바 있다.
1977년 이후 당사국의 규약 위반이 누적되고 있으나, 인권위원회 견해의 이행은 그다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원회는 1990년 제39차 회기에서 자신의 견해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해 '후속절차'(follow up procedure)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르면, 규약 위반으로 인정된 경우 당사국은 그 사건에 대해 취한 조치를 통상적으로는 90일 내에 또는 최장 180일 내에 인권위원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인권위원회는 당사국들의 응답이 있으면 그 내용을, 혹은 응답이 없으면 응답하지 않은 사실을 연례보고서에 기재한다. 당사국은 정기 국가 보고서에 후속조치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며, 이에 대해 언급이 없으면 직접 질의하기도 한다. 또한 후속 절차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보고자를 임명한다. 현재 후속조치와 토론 내용을 공개하여 그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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