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면제와 외교 공관의 불가침
외교면제의 이론적 근거
외교면제의 이론적 근거는 외교 기능의 효율적 수행에 있다. 즉 외교사절(diplomatic mission)은 접수국에 상주하면서 파견국을 대표하여 외교직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외교사절이 접수국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외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특권가 면제가 부여되며, 그 범위와 정도가 국가면제 및 기타 면제에 비하여 넓고 강하다. 반면에 외교사절은 그들의 특권과 면제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접수국의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외교사절이 외교직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법이 보장하는 특권과 면제는 공관의 불가침, 문서의 불가침, 통신의 불가침, 외교관의 신체 불가침, 재판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로서 외교관에 대한 재판관할권 면제, 강제집행관할권 면제의 문제가 있다. 또한 접수국은 파견국의 외교사절에 대해 위와 같은 면제를 존중할 의무를 진다. 아래에서 외교면제와 불가침의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자.
외교 공관의 불가침 (VCDR 제22조)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CDR) 제22조에 따르면 외교 공관은 소유자 여하를 불문하고, 사절단장의 주거를 포함하여 사절단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의 부분 및 부속 토지를 말한다. 접수국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 공관에 진입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가 존재하는지의 문제는 전통적으로 공관 불가침의 남용과 공관 불가침 예외의 남용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와 관련하여 서구진영은 불가침 예외의 남용을 우려하고, 제3세계는 공관 불가침의 남용을 우려한다. 이의 해석과 관련하여 1) 비엔나 회의 당시 '화재, 전염병, 기타 극단적 사태 시' 외교사절단장은 접수국 관헌과 협력할 것이 요구된다는 제안이 채택되지 못한 점 2) ILC가 제22조에 관한 주석에서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화재, 전염병, 기타 극단적 사태 시 원조를 위한 접수국의 진입을 거절하는 경우 공관장을 PNG (Persona non grata)하거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할 수 있다고 본 점을 고려했을 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접수국 당국은 외교공관에 동의 없이 진입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3) ICJ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사건에서 외교사절의 특권과 면제는 절대적인 것으로 예외가 허용될 수 없고, PNG나 외교관계단절의 대응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였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국가관행은 상이하다. 런던 주재 리비아 대사관 사건에서 불가침의 예외의 남용에 대해 더 우려하여 긴급상황시에도 불가침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주재 이라크 대사관 사건에서는 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을 수색하여 다량의 불법무기를 적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국가들의 관행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VCDR 제22조 2항은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의 성격은 결과의무로서 국가들은 특정한 결과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되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는 국가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러한 의무에서 위반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1) 사인의 행위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2) 국가가 그 사인들의 공관의 안녕, 품위를 교란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능력이 있고, 3) 그 의무를 태만하였어야 하며 4)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만약 위 네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의무위반이 아니다. 즉, 손해가 발생하여도 그 국가가 특별히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의무위반이 아닌 것이다. 위의 요건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교 공관 앞에서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 경우, 시위의 소음 때문에 외교기능의 직무수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면, 이는 외교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방해한 것이 되어 공관의 안녕을 침해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가들은 보통 시위의 자유와 외교공관의 보호의무 간 조화를 위해 외교 공관의 일정거리 내에서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확성기의 데시벨을 낮추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외교 공관 '앞'에서 그 국가의 상징물을 훼손하거나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 등은 파견국의 품위를 손상하는 대표적인 행위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은 일본 대사관 앞 손녀상이 22조 2항 상의 품위손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온 바 있고, 우리나라 또한 일본 주재 한국 대사관 앞에 '다케시마는 우리 땅'이라고 쓰는 것도 22조 2항 상의 품위손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VCDR 제 22조 3항은 외교공관, 공관 내 설비 및 기타 재산, 그리고 공관의 운송수단은 수색, 징발, 압류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사례는 공관의 운송수단으로써 대사의 전용차가 있다. 대사의 전용차는 '접수국 내의 어디에 있건' 수색, 징발, 압류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이다. 대사의 전용차가 범죄에 이용되더라도 수색할 수 없고, 대사의 운전자가 범죄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대사관 차량의 운전자를 도로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차량 바퀴에 족쇄를 채우는 것도 금지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외교직무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대문이다. 물론 교통에 '중대한'장애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차량을 견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차량의 견인, 보관비용은 부과할 수 없고 불편함이 유일한 형벌일 뿐이다. 그렇다면 공관의 운송수단이 불법주차되어 있다면 스티커는 발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 왜냐하면 스티커 발부는 그 자체로 외교직무의 효율성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외교 공관의 면제를 존중할 접수국의 의무와 동시에, 파견국은 공관의 면제 혹은 외교관의 특권과 면제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접수국의 국내법을 준수할 의무( VCDR 제41조 1항)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22조 3항의 '수색, 징발, 압류 또는 강제집행'으로부터의 면제를 해석해 보면, '수색, 징발, 압류 도는 강제집행'에 이르지 아니하는 집행적 조치는 협약 하에서 허용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접수국은 파견국의 공관점유(외교직무의 효율적 수행)를 방해하지 않는 한, 소유권, 집세, 지역권 등 기타 유사 문제에 관해 재판할 수 있는 권리는 계속 보유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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