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정지국 내 전시불법행위와 민사소송에서 면제의 제한

일하는 엄마의 일하는 블로그 2024. 4. 11.
반응형

법정지국 내 전시불법행위와 민사소송에서 면제의 제한
법정지국 내 전시불법행위와 민사소송에서 면제의 제한

법정지국 내 전시 불법행위와 민사소송에서 면제 의의

대등한 자는 대등한 자를 지배할 수 없다 (Par in parem non habet imperium)라는 주권평등원칙 하에 타국가에 피고로 제소된 외국은 법정지국의 관할권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법정지국은 이를 존중할 의무를 진다. 전통적으로 광범위한 국가면제를 인정하던 것과 달리, 오늘날 거의 대다수 국가들에서 채택되는 제한적 면제 이론은 일부 사안에 대해 국가면제의 인정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는 바, B국 법원에 A 국을 상대로 제기된 전시 강제 노역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국이 재판관할권을 갖는가의 문제는 1) 전시에 A국내에서 자행된 A국의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소송에서 법정지국인 B국이 A국의 국가면제를 인정할 것인지 2) 불법행위가 강제노역금지라는 강행규범 위반의 성격을 갖는 경우에도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야 하는지의 쟁점을 가진다. 

법정지국 내 전시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국가면제의 인정 여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 있어 기존의 관습을 성문화한 2004년 UN면제협약 제12조는 1) 불법행위가 법정지국에서 행해지고 2) 행위가 당시 불법행위자가 법정지국 내에 있을 것을 요건으로 국가면제를 부정하고 있다. 이를 territorial tort principle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은 법정지국과 행위 간 영토관련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의 SIA 제5조(a), 1972년 유럽면제협약 제11조, 영국의 Al Adsani case, Jones vs. Saudi Arabia case 등 국가들의 입법례와 판례를 통해 확립되었다. 물론 미국의 FSIA 제1605(a)(5)와 같이 행위 당시 영토 내에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영토관련성을 넓게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국가의 입장은 행위자가 영토 내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다만, 불법행위와 법정지국과의 영토관련성 존재유무와 '무관히' 그 불법행위가 '전시'에 행해진 것이라면 면제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발견되고 있는데, 1972년 유럽면제협약 제31조, 2004년 UN면제협약 제12조가 그 예이다. UN면제협약 제12조는 명시적으로 배제조항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주석에서 무력충돌 상황에서 행해진 국가의 불법행위에는 제12조가 적용되지 않음을 설명하고 있으며, 입법과정에서 어떠한 국가들의 이의도 제기되지 않았음을 미루어 볼 때, 이에 대한 관습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관행과 UN면제협약 제12조에 의할 때, 전시 불법행위가 법정지국(B국)의 영토가 아닌 A국의 영토에서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법정지국과의 영토관련성이 충족되지 않고, 영토관련성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무력충돌 중에 행해진 것으로 보아 A국의 국가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불법행위가 일반국제법상 강행규범인 경우 민사소송에서 면제 인정의 여부

UN면제협약 제12조와 다수 국가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은 불법행위가 강제노동금지원칙 위반과 같은 강행규범위반인 경우, 민사소송에서 면제를 부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스는 Areios Pagos case에서 강행규범 위반은 공적인 행위 jure imperii로 볼 수 없고, 묵시적 면제포기에 해당하므로, 독일에 대한 국가면제를 부정하였다. 한편, 이탈리아는 Ferrini vs. FRG case에서 국가면제의 국가주권이라는 가치보다 강행규범으로서 인권이라는 가치가 우위를 가지므로, 강행규범위반의 경우 영토관련성과 무관히 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행규범 위반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면제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관행이 불일치하는 가운데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 case에서 ICJ는 강행규범위반과 면제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강행규범 위반행위에 대해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국가관행이 성립되지 않았고, 강행규범은 실체적 규범, 면제규칙은 절차적 규범으로써 양자는 충돌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 결과,  해당 사안에서 A국의 행위가 강제노역금지라는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임을 고려하더라도 영토관련성과 무관히 A국의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직 관행으로도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법에 의할 때, B국 법원은 A국에서 자행된 강제노역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국의 면제를 인정, 즉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 사건에서 검토되지 않은 것, 즉 강행규범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가면제가 추구하는 가치의 균형의 필요성이 계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가치의 비교형량에 대한 법 발전에 따라 A국의 면제가 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응형

'일반국제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교 면제와 외교 공관의 불가침  (0) 2024.04.16
재판받을 권리와 국가면제의 관계  (0) 2024.04.15
정치범 불인도 원칙  (0) 2024.04.11
범죄인 인도  (0) 2024.04.05
국가 관할권 경쟁법의 역외적용  (0) 2024.04.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