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관할권 경쟁법의 역외적용
경쟁법의 역외적용 의의
오늘날 상호 의존하는 국제 경제 환경 하에서 한 국가의 경제, 산업, 경쟁정책은 타국의 경제와 산업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 문제는 194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들이 외국 영토 내의 사기업들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여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관할권 원칙으로는 자국의 경쟁법 내지 경쟁 정책을 해외의 외국기업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효과(영향) 이론 effect doctrine 등 새로운 관할권 원칙을 고안하여 자국의 경쟁법을 역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 문제는 입법관할권원칙의 국제법적 유효성과 집행관할권의 국제법적 유효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즉 경쟁법의 입법관할권에 관한 원칙인 효과이론, 이행이론, 단일경제실체 이론 등의 국제법적 유효성의 문제와 타국 영토 내의 외국 기업들에게 영토국의 동의 없이 이들 원칙에 근거하여 집행관할권을 행사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문제이다.
경쟁법의 역외적용 - 입법관할권 측면
(1) 효과이론
1945년 ALCOA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1909년 American Bananas Co. 사건의 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행위지법에 의한다는 정책을 포기하고 속지주의를 확대 내지 변형한 효과이론(the Effect Doctrine)을 채용하여 자국의 경쟁정책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효과이론이란, 외국에서 외국기업에 의해 완료된 행위라고 할지라도 행위 결과로부터 파생되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효과(영향) 또는 그 위험에 근거하여 미국의 경쟁법이 해당 기업에 역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관할권 원칙이다. 효과이론은 처음에는 민사관할권에 관한 원칙으로 채택되었지만 1997년 일본제지회사사건 이후 형사관할권에 관한 원칙으로도 채택되고 있다.
국가관할권이 국제법상 유효하기 위해서는 사람, 사물, 사건과 관할권을 행사하는 국가의 주권이 구체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근거(관련성)가 있어야 하고, 이들이 존재하거나 발생하는 장소의 국가 주권과 국내법을 부정하거나 제한해서는 안된다.
미국법원은 효과이론에 근거하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서 1) 미국 내에서 결과/효과를 발생시키고자 의도했을 것 2) 그러한 결과/효과가 미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발생할 것 3) 역외적용이 외국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파악하여 저촉이 없는 경우 적용하고 '외국법과 진정한 저촉'이 있는 경우, 국제예양을 고려할 것이라고 하였다. 첫 번째 요건과 두 번째 요건은 관련성에 관한 조건으로서 미국 제2 순회 항소법원이 ALCOA 사건에서 제시한 것이고, 세 번째 요건은 타국의 주권과 국내법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93년 Hartford 화재보험사건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 요건은 국제 예양의 고려를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기 대문에 외국법과 진정한 충돌이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고려 없이 상기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될 수 있어 그 국제법적 유효성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였다고 볼 수 없다.
오늘날 효과이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첫째, 효과이론을 채택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 경쟁제한금지법 제98조 2항은 효과이론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공정거래법 제2조의 2에서 효과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2002년 흑연전극봉사건에서 효과이론에 근거하여 해외에서 담합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을 역외적용 하였고, 대법원도 2006년 판결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러한 법적용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둘째, 효과이론이 경쟁법 이외의 다른 분야의 법적용에 관한 관할권 원칙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쿠바의 민주화를 위해 쿠바 정부에 국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미국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역외조치를 허용하는 1996년 헬름즈버튼법을 제정하였는데, 이법에서 효과이론을 관할권 원칙으로 채택하였다.
(2) 단일경제실체 이론
단일경제실체 이론(sigle economic unit theory)란, 유럽연합 밖에서 설립된 모회사가 EU역내에 자회사 또는 대리점을 갖고 있거나 EU밖에서 설립된 자회사가 EU 내에서 영업활동을 수행할 때 적용된다. 이때, 자회사나 대리점이 모기업의 지시로 불공정 경쟁행위를 하여 EU 경쟁정책을 위반한 경우, 자회사는 모회사의 경제적 통제하에 있다는 사실에서 모회사는 자신의 자회사 또는 대리점과 마찬가지로 역내의 사람(person within the territory)으로 의제 된다. (법인격 부인론) 따라서 속지주의에 따라 모회사에 대해 관할권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경제실체 이론은 유럽사법재판소가 1972년 Dyestuff사건에서 처음 채택한 이후 판례법상의 원칙으로 확립되었다. 단일경제실체 이론은 보다 이론적으로 정교하지만, 국제법상 회사의 국적을 설립지나 본점 소재지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의제에 의하여 관련성을 부여하여 모기업과 그 국적국의 국적관련성을 일방적으로 단절한다는 점, 회사의 국적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취급된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 - 집행관할권 측면
역외 입법에 근거해 타국 영토 내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 또는 재산에 대해 집행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국가는 타국의 동의 없이 그 영토 내에서 집행관할권을 행사하여서는 안된다'는 일반국제법상의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 특히 집행관할권 측면에서 경쟁법을 역외적용하기 위해서는 우편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 정보제출요구, 조사활동, 벌금고지서를 보낼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사람, 사물, 사건에 대하여 주권을 구체적으로 발현하는 국가행위이기 대문에 집행관할권의 행사에이며, 타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제의무 위반이 된다. 그렇다면, 경쟁법의 역외적용의 집행관할권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국가는 타국의 요청이 있더라도 타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채판과 관련하여 증거를 제공하거나 판결의 집행을 확보하여야 할 일반국제법상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따라서 해결방안은 이와 관련한 국제사법협력(예: 국제사법공조를 위한 조약의 체결)을 통해 집행관할권의 행사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국간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경쟁법을 만들어 이행하도록 하여 국가 간 존재하는 경쟁법의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WTO의 국제경쟁협정이 그러한 예인데, 이를 위한 칸군 각료회의에서 합의가 실패되어 국제경쟁협정이 논의 재개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집행관할권 측면에서 경쟁법의 역외적용은 대항조치나 조약체결을 통한 사법협력이 유효하다.
'일반국제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범 불인도 원칙 (0) | 2024.04.11 |
---|---|
범죄인 인도 (0) | 2024.04.05 |
보편관할권 (0) | 2024.04.03 |
국내문제불간섭 원칙 (1) | 2024.03.29 |
연방국가와 국가연합 (0) | 2024.03.29 |
댓글